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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앵레짐의 잔혹한 보복
[미디어오늘 2009-05-26 20:28]
박상주 논설위원

그들의 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불온세력쯤으로 보였던 걸까? 그들은 5년 내내 진저리 쳐질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을 물어뜯고 할퀴었다. 얼마나 원한이 사무쳤으면 퇴임 후 조용하게 고향으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에게마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을 벼랑으로 몰아 떨어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앙시앵레짐(구체제)의 잔혹한 보복이다.

어느 날 인권 변호사이자 민주투사였던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까마귀가 와도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한 깡촌에서 자랐고, 고졸 학력에 독학으로 판사가 됐고, 장인이 좌익 활동에 연루됐던 인물이었다. 앙시앵레짐 세력들의 눈에는 천한 상놈이 안방과 사랑방을 차지한 것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대통령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어떤 야당의원들은 자기는 심정적으로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첫 번째 국회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데도 야당의원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일찍이 우리 역사에서 노 전 대통령만큼 앙시앵레짐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 있었을까? 5공 청문회 땐 동료 국회의원들이 꼬리를 내리던 대기업 회장을 매섭게 몰아붙였고, 어떤 정치인이라도 맞서기를 두려워하는 언론권력과도 당당히 맞섰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에는 강고한 검찰 권력을 개혁하겠다며 메스를 들이대기도 했다.

부와 권력, 언론을 한 손에 틀어 쥔 앙시앵레짐 세력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리 만무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불안을 느낀 그들은 국회 탄핵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추방하려 했지만 실패를 하고 만다. 5년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하루 빨리 그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보수 정치세력들과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보수언론들, 노 전 대통령과 불편한 갈등을 보였던 검찰 등 앙시앵레짐 세력들은 한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있었다. 걸신들린 듯 잠시 자신들의 손을 떠나있던 돈과 권력, 밥그릇을 되찾아 오는 데 골몰했다.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받은 공직의 인사들을 무더기로 내쫓고, 자신들의 세금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고, 서민들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자신들이 누렸던 특권 장치들을 복원시키는 데 혈안이 된 것이다.

국가 전 권력기관 동원된 노무현 죽이기

이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매개체’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 핵심을 죽이는 작업이 은밀하면서도 조직적으로 시작됐다. 국세청은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태광실업을 상대로 4개월 동안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 주변을 먼지 털듯 털었다. 국정원에서는 억대 명품시계 선물 이야기를 흘렸다. 국가의 전 권력기관이 동원된 ‘노무현 죽이기’였다.

죽은 권력을 사냥하는 곳에 하이에나 언론들이 빠질 리 없다. 노 전 대통령이라면 이를 갈던 보수언론들은 검찰, 국세청, 국정원이 흘리는 피의사실들을 대서특필했다. 신문 지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이미 파렴치한 부패 정치인이요 부도덕한 위선자로 낙인을 찍히고 있었다. 하이에나 언론들의 신명난 잔치판이었다.

그들은 왜 노 전 대통령을 그토록 증오하고 두려워했을까.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줌의 가진 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세상, 권력자들의 손아귀에서 휘둘리는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청 같은 권력기관들이 국민들만을 위해 봉사하는 세상,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도우며 사는 세상, 미국에게도 대등한 관계에서 할 말을 하는 자주국가…. 저들이 노 전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이런 세상이 오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자들아, 아직 축배는 이르다. 죽은 노 전 대통령이 산 너희들을 무너트릴 것이다. ‘바보 노무현’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확산시키는 밀알로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다. 빈소 앞으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보라.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이미 부활하기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느냐?

박상주 논설위원 parksangjoo@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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